강원도의 평평한 땅 안반데기

안반데기 마을은 해발 1100m 고산지대로 떡메로 떡을 치는 안반처럼 우묵하면서도 널찍한 지형이

있어 안반데기라고 불리게 되었다. 산이 배추밭이고, 배추밭이 곧 산이다. ‘안반’은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오목하고 넓은 통나무 받침판을, ‘데기’는 평평한 땅을 말한다. 경사가 가팔라서 기계농이 불가능하므로 농부의 힘이 고스란히 들어간 곳이다. 안반데기는 1965년부터 산을 깎아 개간하고

화전민들이 정착하며 형성됐다.


 화전민은 수십미터 아래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는 가파른 비탈에서 곡괭이와 삽만으로 밭을 일구어 냈다. 1995년에는 대를 이어 밭을 갈아 낸 28가구 남짓의 안반데기 주민들이 정식으로 매입하면서 실질적인 소유주가 됐다. 척박한 땅은 약 200만㎡에 이르는 풍요로운 밭으로 변모했다. 한낱 드넓은 배추밭으로만 여겨졌던 안반데기의 풍경이 노동의 신성함으로 다가온다.

겨울 눈덮힌 풍경

 

우리나라 고랭지 채소단지로는 최고 넓은 곳이라서 그런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답답하고 고민스러운 일이 있을 때 툴툴 털어버리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와 멍하니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앉아 있으면 모든 상념과 번민이 깨끗이 사라질 것 같다. 그래서 하늘과 맞닿은 곳인지도 모르겠다.밭 사잇길로 차를 몰고 가노라면 끝이 보이지 않아 두려움까지 인다. 하지만 그 발길을 돌릴 수 없는 무언가의 신비로움이 자꾸 나를 이끄는 것을 어느 순간 느낄 것이다.10여분 산자락을 오르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곧장 가면 고루포기산 구간이고 오른편이 운유길이다. 드넓은 배추밭은 한편의 미술작품을 보는 듯하다. 가히 안반데기 최고의 전망대다.해 질 녘 경사 45도 정도의 정상에 서 있으면 마치 인간 세계에 나 혼자인 것 같은 느낌과 고요한 적막이 자신을 휘감는 것을 느낄 것이다.

안반데기는 봄에는 푸르른 호밀초원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가을에는 하늘과 맞닿은 고산만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으며 여름에는 감자꽃과 고랭지 채소로 가파른 산턱을 뒤덮으며 겨울에는 눈덮인 산의 정취가 있다. 농사를 위한 경작을 하고 있지만 그 모습이 하나의 관광지 역할을 할 만큼 아름답고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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